가슴 쓰림과 통증, 심장병 아니고 ‘역류성 식도염’?

갑자기 가슴 정중앙이 뻐근하고 뜨거운 통증이 느껴지면 가장 먼저 심장 질환을 의심하게 됩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무서운 병명이 머릿속을 스치며 불안감에 휩싸이죠. 응급실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증상이 가라앉으면 안도하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흉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50% 정도는 심장이 아닌 위장 질환, 그중에서도 역류성 식도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식도와 심장은 위치가 매우 가깝고 통증의 양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가슴 쓰림의 두 가지 주요 원인인 역류성 식도염과 심장 질환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방법과, 식도염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생활 수칙을 정리해 드립니다.
왜 식도염인데 가슴이 아플까요?
식도는 입에서 위까지 음식물을 전달하는 통로로, 가슴 중앙의 흉골 바로 뒤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심장 바로 뒤에 붙어있는 셈이죠.
정상적인 상태라면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닫혀 있어 위 내용물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근육이 느슨해지면 강한 산성을 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됩니다. 위장은 점막으로 보호받지만 식도는 그렇지 못해, 위산이 닿는 순간 화상을 입은 듯한 염증이 생깁니다. 이때 식도가 위치한 가슴 한복판에서 타는 듯한 작열감(Heartburn)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마치 심장이 아픈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심장병 vs 역류성 식도염, 결정적 차이 3가지
두 질환은 비슷해 보이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상황과 느낌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 통증의 발생 시점: 역류성 식도염은 주로 식사 후, 과식했을 때, 혹은 밥을 먹고 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시작되거나 심해집니다. 반면 협심증 같은 심장 질환은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는 등 심장이 빨리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나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통증의 느낌: 식도염은 가슴뼈 뒤쪽이 타는 듯하거나 쓰린 느낌이 강하고, 신물이 올라오거나 목에 이물감이 동반됩니다. 심장 질환은 가슴을 무거운 돌로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특징입니다.
- 통증의 지속 시간: 식도염에 의한 통증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길게 이어질 수 있으며, 물을 마시거나 제산제를 먹으면 완화됩니다. 협심증은 보통 5분에서 10분 이내로 짧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 곤란이 오거나, 통증이 왼쪽 어깨나 턱으로 뻗쳐 나간다면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때는 지체 없이 119를 불러야 합니다.
식도염 통증을 잠재우는 생활 습관
역류성 식도염은 약을 먹으면 금방 좋아지지만,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100% 재발합니다.
- 식후 3시간 눕지 않기: 위 속의 음식물이 소화되어 내려가는 데 최소 2~3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간 동안은 눕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거나 가벼운 산책을 해야 합니다.
- 왼쪽으로 누워 자기: 부득이하게 눕거나 잘 때는 왼쪽을 아래로 하고 눕는 것이 좋습니다. 위장의 구조상 왼쪽으로 누우면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줄 수 있습니다.
- 하부 식도 괄약근 지키기: 카페인, 초콜릿, 탄산음료, 술, 담배는 식도와 위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의 힘을 약하게 만듭니다. 이들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호전됩니다.
잘 때 베개를 평소보다 조금 높게 베거나, 상체 전체를 약간 높여서 자는 것도 야간 역류를 막는 좋은 방법입니다. 단, 목만 꺾이는 높은 베개는 목 디스크를 유발하니 등 뒤에 쿠션을 받쳐 상체 각도를 조절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심장이 아닌 위장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 후에는 바로 소파에 눕는 대신, 가벼운 산책으로 소화를 시키며 식도의 건강을 지켜보시는 건 어떨까요?